닭이 지니 세월호가 떠올랐다.

통쾌함과 먹먹함은 언어적 유희로 풀기엔 너무 이질적이다.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   CGV 왕십리 IMAX 
원작 애니메이션을 본지 20년쯤 된 거 같다. 문화의 시대적 맥락을 모르고 향유하던 시절인데, 사이버펑크니 얼터너티브니, 아방가르드 등이 다 그 시대에 
유행하던 슬로건이었고, 원작은 당시는 물론이거니와 시대문화의 고전이나 효시로써 현재에도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브리'의 착한 애니들을 선호하던 나로선 이 작품의 역할이나 세계관보단 이미지와 캐릭터에 대한 잔상이 더 컸고, 
그리하여 실사판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얼마전 <미녀와 야수>처럼 추억을 소환하는 것이 아닌 기억하는 이미지를 구현하는 방식에 있었다. 
디스토피아 느낌이 물씬 드는 실사 배경과 오마주 같은 앵글들이 반가웠고, 쿠사나기(뜬금포 초난강 향수) 소령이 재림한 듯한 스칼렛 요한슨의 디테일이 
흥미로웠다. 결과적으로 이미지는 살리고 시대적 유산은 소비한 SF장르의 범작.







[미스 슬로운]   CGV 인천 
똑똑하고 말 잘하는 사람에 대한 동경이 있다. 풍부한 지식과 반박할 수 없는 논리, 수를 건너뛴 통찰력과 화술에 기인한 설득력은 좀처럼 나에게 
장착되지 않는 덕목이기 때문이다. 제목부터 하나의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이 영화의 화법은 열등감에서 비롯되는 대리만족 이상의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미스 슬로운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되어버린 제시카 차스테인의 연기는 이 영화의 작품성과 오락성, 현실성 등의 모든 가치를 대변하고도 남는다. 
아직 모수가 적지만 상대적인 매력을 셈하지 않는다면 올해 가장 완벽하고 멋진 영화. 강추!!







[분노]   메가박스 코엑스 
보는 내내 불안감과 먹먹함이 요동치는 것이 꼭 <곡성>을 보던 때의 느낌 같다. 분노라는 감정의 동작 원리에 대해 근원적으로 파고든 영화. 
새삼 느끼지만 분노는 익숙한 것 같지만 낯설다. 기쁠 땐 웃고 슬플 땐 울고 화가날 땐 화를 내지만, 완전히 분노했을 때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할까? 
그런 자신의 모습을 마주할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 영화는 분노의 매커니즘을 믿음에서 의심으로, 불신으로, 그리고 믿음과 비례한 만큼 분노가 
되는 것으로 정하고, 세 가지 케이스를 통해 그 과정들을 지독하게 탐색한다. 연기조차 극악으로 내몬듯 초호화 캐스팅은 하나 같이 명품 연기를 선보이고, 
<훌라걸스>, 그리고 재일교포 3세라서 인상적이었던 이상일 감독은 그 존재감을 한차원 높였다. 
그러고 보니 <사일런스>가 부르짖던 신의 목소리도, 권력과 부를 향한 위험한 욕망도, 문명인에게 가장 추앙받는 속성인 사랑도 그 시작은 다 믿음이다.







[원라인]   메가박스 코엑스 

통상적인 케이퍼 무비의 공식을 따르지만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게 한 연출이 돋보인다. A급으로 불릴만한 배우는 없지만 캐릭터에 적합하고 시너지가 좋다. 
조직력이 좋단 소린데, 이는 결국 시나리오의 완성도와 직결된다. 재미를 원한다면 제 몫은 톡톡히 하는 깔끔하고 통쾌한 영화.



날짜

2017. 4. 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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