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저스틴 롱이 젤 부럽던 때가 있었는데,
아만다는 딴 놈과 결혼했다. 영원한 승자는 없다.
[미녀와 야수] CGV 왕십리 IMAX
작년에 <정글북>을 보고 느낀 점은 디즈니가 광맥을 또 하나 찾았구나,란 점이었다. 애니메이션의 실사화는 완벽했고,
가능한 콘텐츠들은 창고에 차고 넘쳤다. 아니나 다를까 디즈니가 올해 첫번째로 출격시킨 작품은 원작 실사판, 그것도 그 유명한 ‘미녀와 야수’다.
스토리는 이미 알고 벨과 엠마 왓슨의 싱크로율은 포스터만 봐도 알겠다. 궁금한 건 결국 실사화 퀄리티인데, 도대체 이 비주얼은 뭔가 싶을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단지 기술에 대한 경외감이 아닌, 영화를 보고 있는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낄 정도로 아름다운 경험을 선사한 영화였다.
[오버 더 펜스] CGV 인천
일본영화 특유의 감성이 있다. 정적이고 담백하고 사려깊은 뭐 그런거. 이런 감성들은 어떤 관계 속에서 우러나는 것들이고,
일본영화는 유난히 관계를 들여다보는 경향이 짙다. 이 영화는 상처 입은 영혼들이 또다시 관계를 만들어 가는 여정을 그린 영화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 울타리를 친 주인공들에게 공감보단 동정의 마음이 앞섰지만, 실은 이 영화 속에 내가 있어서 그 어떤 영화보다 공감했고,
몰입했고, 부끄러웠다. 상처받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상처를 준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완전한 모두를 어루만지는 이 영화의 따듯함이 좋다.
너무 좋은 영화.
[토니 에드만] CGV 구로
특이하다. 낯설고 괴상하다. 따듯한 것 같으면서도 차갑다. 웃긴데 비극적인 면이 있다. 파격적이면서 지극히 현실적이다.
이 영화는 ‘토니 에드만’이라는 가상의 인격을 통해 아버지와 딸이 소통하게 되는 방식을 그린 영화다.
얼핏 훈훈하고 따듯한 가족애를 그린 영화 같지만, 느껴지는 바는 훨씬 복잡하고, 이 복합적인 느낌들은 곱씹을수록 풍미를 더한다.
진심을 전하는 것이 노력한 만큼 주어지는 보상이 아님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아 더 처절하게 와닿는 영화였다. 오래 기억될 명작.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 메가박스 코엑스
우주라는 공간과 나 사이에서 개인의 정체성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고찰할 것 같더니, 우주가 등장하는 하이틴 멜로였다.
기대하던 장엄함과 통속적 오글거림의 갭이 커서 잘 이입이 되진 않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비주얼은 아주 매력적이었다.
그또한 우주의 스펙터클 때문은 아니고,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을 지구에 처음 온 소년의 눈으로 다시 보게 하는 생경함과 색채감 때문이다.
[비정규직 특수요원] 롯데시네마 부평
이 영화에 기대하던 바는 가벼움 하나였는데, 그 낮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가벼운 건 좋은데 안일하면 곤란하다.
가볍지만 청년실업, 비정규직, 보이스 피싱, 공무원 비리 등의 사회문제를 짚은 의도도 좋았고, 여성 콤비라는 흔치 않은 컨셉을 시도한 것도 용감했고,
주조연 포함 왠지 케미가 좋을 것 같은 캐스팅도 괜찮았다. 문제는 개연성. 콩트를 이어 붙인 듯 스토리가 펄럭거린다.
[어폴로지] CGV 인천
이번엔 위안부 문제를 다큐멘터리로 연출한 작품이다. 우리 사회에서 위안부 문제는 민감하지만 미약하여 늘 공분을 사고 있지만,
다국적 피해자들 사이에서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 된 것은 우리나라뿐이다. 이 영화는 중국, 필리핀, 한국 세 나라의 피해자 할머니를 개별적으로
인터뷰하지만, 서로 다른 공간 속에서 연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원죄와 사과하지 않는 죄, 그것들을 끝까지 살아있게 하는 방법은 잊지 않는 것이요,
그런 의미에서 서구의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좀 더 의미있는 응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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