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CGV가 리모델링 공사로 4개월간 휴관한다.
내 취미활동의 거점인데, 이참에 나도 리모델링!








[로건]   CGV 용산 IMAX 
이건 히어로물이면서 보편적인 인간에 대한 영화요, 액션물이면서 처연한 드라마이고, 상업영화이면서 예술영화다. 
<엑스맨> 시리즈의 간판스타 울버린, 생각해 보니 17년간 시리즈가 이어져 오는 동안 그가 행복했던 순간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는 늘 아웃사이더였고, 고뇌인지 번뇌인지로 늘 예민했고, 가족사나 연애사, 뮤턴트 변천사 등 과거사 모두가 불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돌아와 당위적인 역할을 해야만 했다. 이 영화는 그에 대한 연민에서 시작한다. 
피곤하고 지쳤을 거란 전제에 연로의 설정을 더해, 가장 인간적이고 정중하게 그의 퇴장을 배웅한다. 
이 영화의 모든 것이 사려 깊지만, 가장 뭉클한 건 야수 울버린에서 인간 로건으로 마무리 한 영화의 제목이다. 그야말로 걸작!







[해빙]   메가박스 코엑스 
여백을 한껏 두며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연출방식이 세련됐다. 중반까지는 확실히 그런데, 야심인지 친절함인지 뒤로 갈수록 
너무 많은 것들이 녹아버린 느낌이다. 좀 더 괜찮은 스릴러물이 될 수 있었는데 장점들까지 물에 잠겨 찜찜한 뒷맛만 남게 됐다.







[눈길]   롯데시네마 부평 
위안부 소재는 늘 민감하고 어려운 것 같다. 묘사를 하기도, 관점을 정하기도, 배역을 맡기기도, 더 근본적으론 투자를 받기도 힘들다. 
오죽하면 <귀향>이 제작 기간만 14년이 걸렸겠나. 하지만 힘든 과정들 속에서도 이 소재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한결같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기억하고 위로하는 것. 이 영화가 비극을 기억하는 방식은 참 다정하면서도 아프다. 비극의 자극적인 전시 대신 
소녀들의 연대를 바라보며 어루만진다.







[사일런스]   CGV 인천 
<핵소 고지>와 연관짓지 않을 수 없다. 이 역시 신념에 관한 영화요, 공교롭게도 두 영화 모두 앤드류 가필드가 출연했다. 아이러니인 건, 
<핵소 고지>가 점점 더 신을 확신해 가는 과정이었다면, 이 영화는 신을 점점 의심하는 과정이란 점이다. 
믿음이 클수록 의심이 커지니 둘은 반비례지만, 의심이 강하다는 건 그만큼 믿음이 큰 것이라는 정비례로 해석할 수도 있다. 
종교영화지만 이 영화의 종교적 사유가 초현실적으로만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믿음’이란게 결국 일상적 명제에도 통용되기 관념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거장의 긴 호흡 속에 통찰이 느껴지는 좋은 영화였다.







[커피메이트]   롯데시네마 부평역사 

우리 친구할래요? 단 카페 안에서만. 유치한 장난 또는 수작 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이 실험이 가볍게 여겨지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관념이나 주관은 조금씩 변하기 마련인데, 그중 가장 티가 나는게 '관계'에 관한 것이다. 삶이 농후해지면서 생기는 필연적인 거리감이라 
자위하며 특별함은 점점 무뎌지고, 관계의 정의는 일반화되어 간다. 흔한 '사람친구'조차 공간을 제약해야 안전할 만큼. 
그래서 이 영화는 판타지를 대리만족하는 느낌이 들었고, 오로지 대화만으로 진전되는 이성관계의 습한 속성에 묘한 설레임이 느껴졌다.



날짜

2017. 3. 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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