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 자괴감, 긴장감, 해방감, 설레임?

내시경은 다양한 감정을 선사한다.








[히든 피겨스]   메가박스 코엑스 
인종, 여성, 기회, 인권 등의 차별적 요소를 능력과 자존감으로 돌파한 나사의 숨은 위인들에 관한 이야기. 제목이 참 맘에 드는데, 
우주선의 궤적을 계산하는 '숫자'로써의 의미와 '사람들'이란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 
차별의 역사에 대해 어두운 톤으로 동정을 유발하지 않고, 당차고 밝은 톤을 통해 인정하게 만든 영화의 화법이 좋다. 
백인과 남성을 적대자가 아닌 동반자로 그린 포용력도, 사건이 아닌 사람을 들여다보는 따스함도, 시대상황이 엿보이는 우주에 대한 도전의 여정도, 
시시때때로 흥을 돋우는 퍼렐 윌리암스의 음악도, 패션으로 대변하는 당당함 등 모든게 다 맘에 드는 영화.







[프리즌]   CGV 구로 
버디무비에 언더커버, 교도소 배경 범죄물. 떠오르는 작품들이 여럿 있어서 이 소재가 신선한 건 아니다. 대신 이 영화가 택한 길은 다 버무려서 
재미 하나로 밀고간 것. 영화의 서스펜스는 상황보다 연기의 몫이 더 큰데, 죄의 마지막인 교도소가 범죄의 시작이라는 비틀기에 설득력을 주기 위해 
주조연 포함 배우들의 캐스팅이나 연기력에 특히 더 신경 쓴 것 같다. 명불허전 한석규는 <구타유발자들>의 미친놈에 이어 악의 화신으로 거듭났고, 
김래원은 다시 보고 싶던 <해바라기> 간지로 돌아왔다.







[보통사람]   CGV 인천 
진정성 있고 시의성 있고 상징성 있고 영화의 완성도도 괜찮지만 시류에 맞게 기획된 느낌이 좀 든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영화상에서 
직접적으로 표출되기도 하고. 결국 여러가지 성질 중 가장 부각되는 것은 시사성인데, 영화의 배경인 87년, 조작과 공작정치가 성횡하던 30년전과 
지금 사이에 격세지감이 느껴지지 않는 점이 신기하고 재수없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CGV 인천 
그 스캔들은 참 치명적인 저주다. 연루된 사람들의 피해는 내 관심사가 아니고, 세간의 비난에도 사실 난 별 느낌이 없다. 
그게 내 삶에 피해를 준 건 없으니까. 그런데 생각해보니 가해요소가 있다. 도무지 작품을 객관적으로만 볼 수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나 이 작품은 더 그런게, 영화의 설정 자체가 그들의 히스토리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스캔들과 연결된다. 
그 안에 역시나 선호하는 감독의 작가적 가치와 스타일, 그리고 김민희의 눈부신 연기가 있지만, 열렬히 환호할 수 없는 현실의 저주 때문에 성가셔졌다.







[아우토반]   롯데시네마 부평 
작년부터였던거 같은데, 극장들끼리 브랜드 싸움이 치열해졌다. 재개봉 러쉬에 자체 영화제나 프로그램, 급기야 단독개봉이라는 강수들을 두기 시작했다. 
CGV가 얄미울 정도로 이 갑질에 능했고, 메가박스는 오페라, 연극, 뮤지컬 등의 오리지널 버전 상영으로 차별화, 롯데시네마만 멀뚱거리고 있었는데
(사실 뭘 하긴 했다. 삽질), 이 영화를 단독개봉했다. 캐스팅만 보면 필살의 일격감인데, 그 일격은 왠지 롯데를 향한 듯 하다. 
속도감과 다양한 슈퍼카를 보는 재미는 있다.







[행복 목욕탕]   CGV 인천 

J필름 페스티벌이라고, 일본영화제가 작년에 새로 생겼는데 로맨스물 중심으로 괜찮은 작품들을 건졌었다. 
올해 2회가 개막했는데, 그중 가장 보고 싶던 작품이 바로 이 영화. 제목에서 느껴지는 바 그대로다. 초월적인 모성애로 가족이 화합하고 확장되는 내용의 
따듯하고 감동적인 영화. 일본의 국민여동생 계보는 매해 갱신되는데, 히로세 스즈에서 아리무라 카스마로, 그리고 올해는 스기사키 하나가 될 것 같다. 
일본 영화쪽은 다음주에 개봉할 <분노>가 가장 기대작!



날짜

2017. 3. 3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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