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안 좋은 2월을 보내고 있는데, 영화들은 좋다.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작품들이 대거 풀리고 있다.








[컨택트]   롯데시네마 부평 
SF가 감성을 제대로 입으면 걸작이 탄생됨을 보여주는 좋은 예. 
원제(Arrival) 대신 조디 포스터의 <콘택트>를 연상시키는 제목으로 개봉한 것은 큰 누를 범할지 모를 위험한 도전이었는데, 
이 영화, 감성 SF의 계보를 이을 정도로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미지와의 조우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시간과 존재에 관한 색다른 성찰, 
장엄한 음악에 화합과 진보에 대한 뚝심 있는 메세지까지, 뭐 하나 빠질 게 없는 완벽한 영화. 아카데미 8개 부문 노미네이트. 
드니 빌뇌브 감독, <시카리오> 때 인상 깊었는데, 생각보다 더 대단한 존재 같다. 다음 작품은 블레이드 러너 2.







[라이언]   CGV 용산 
길을 잃어 고아가 돼 해외로 입양된 아이가 구글어스로 기억을 더듬어 25년만에 집으로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실화. 
영화가 전반적으로 유지하는 따듯한 온기에 실화의 드라마틱함이 어우러져 담담한 감동을 전한다. 항공사진으로 보여지는 부감이 
확대되고 확대되어 어떤 지점에 이르는 영상의 과정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여정과 대비되어 세련된 인상을 준다. 
사자는 나오지 않지만 이 영화의 제목 '라이언'은 영화의 끝맛을 깔끔하게 한다. 아카데미 6개 부문 노미네이트.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   CGV 용산 
희귀암 말기에 자전거로 3,500km 대장정을 펼친 이윤혁군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꿈을 향해 도전하는 것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임을, 
불치병 환자인 그의 숨소리와 표정, 그리고 그가 하는 모든 대사를 통해 진정성 있게 전달되고, 영화는 그 열정 자체만으로도 인생의 가치를 
자문하게 하며 큰 감동을 준다. 하지만 혼자 영화를 보며 절절하게 느낀 또 하나의 포인트는, 함께 꿈을 만들어 나가는 '동료'에 관한 것이었다. 
'뚜르 드 프랑스'에 도전하기 위해 처음 그는 후원자를 찾았고, 팀을 꾸렸고, 현지 조력자를 찾았고, 그들과 모든 과정을 함께 했다. 
처음에는 높은 이상만 보다가 점차 주변을 보며 감사하게 되는 그의 시선이 난 왜 그렇게 와 닿던지, 
누군가 지금 나에게 아무 영화나 추천해 달라고 하면 난 이 영화를 꼽겠다. 이제는 세상에 없는 고 이윤혁군의 명복을 빈다. 







[장기왕: 가락시장 레볼루션]   롯데시네마 부평역사 

이건 순전히 내가 장기를 좋아해서 선택한 영화다. 카드, 화투, 바둑, 최근 볼링까지 도박의 소재로 나온 판에 장기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막상 영화는 생각했던 것과 달리 더없이 착하고 다양한 주제를 끌어안고 있었다. 청년실업이나 진로, 직장 내 성희롱, 철거민, 노숙자, 노령화 사회, 
약자와 연대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장기판에 빗대 효율적으로 이야기하는 영화다. B급 상상력에 깨알재미, 풋풋한 로맨스도 잊지 않은 깜찍한 영화.



날짜

2017. 2. 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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