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힘에 부치네.
어벤져스 예매 전쟁의 소회만은 아니다.
[바이스] CGV 인천
대신, 대리의 의미도 있지만 악이란 뜻도 가진 단어. 아들 부시 재임시절의 부통령이자 실질적인 권력의 실세였던 '딕 체니'를 통해 미국 정치의 현실을 뼈 때리게 그려낸 영화. 다큐에 가까운 풍자극인데, <빅쇼트>에서 느꼈던 아담 맥케이 특유의 경쾌함과 파격이 여기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쇼트>의 버블경제는 좀 어려운 감이 있었는데, 정치를 그려내는 화법은 그보다는 훨씬 친절하고 무엇보다 싱크로율을 포함한 배우들의 연기가 압권이다. 라미 말렉보단 크리스찬 베일의 손을 들어주고 싶을 정도. 아카데미 후보작 중에선 비교적 늦게 개봉한 편인데, 기다린 보람이 있던 아주 재밌는 영화.
[헬보이] 메가박스 코엑스
이 영화를 통해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았다. 마블과 DC만큼은 아니지만 '다크호스 코믹스'도 나름의 축이 단단하다는 것. <300>, <씬시티>, <마스크>, <폴라> 등이 이쪽 계열이라는 것. 헬보이의 세계관이 생각보다 넓다는 것. 길예르모 감독이 이미 헬보이 1, 2편을 만들었었다는 것. 나에게 헬보이는 이게 처음인 셈인데, 시리즈 속편이 아니라 리부팅이라서 입문하기엔 더 적격이었다. 데드풀, 베놈과 함께 다크 히어로 중에선 꽤나 유명한 캐릭터고, 카테고리에 걸맞게 짙은 고어 감성으로 시원시원한 맛이 있다. 태생의 비밀이 약간 한국적이라 친근한 느낌도.
[공포의 묘지] 롯데시네마 부평
어릴 때 가장 무서웠던 꿈이 엄마가 귀신이 되어 날 향해 달려오는 꿈이었다. 공포의 대상이 가족인 것만큼 무서운게 없다고 여기던 시절이 지나 어느덧 영화에서 그런 설정과 소재는 흔해졌고, 지금은 패륜이 빈번한 현실이 오히려 더 무서운 세상이다. 그러므로 죽은 딸을 귀신으로 되살리는 이 영화의 내러티브는 향수를 자극하는 면이 있는 셈인데, 앞선 이유로 이제 그게 무섭지 않은 것이 문제. 심정지 위험 때문에 심의가 반려 됐다는 슬로건을 마케팅적으로 밀고 있는데, 공포보다는 개연성이 떨어지는 캐릭터 때문에 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을 수 있다.
[파이브 피트] 롯데시네마 부평역사
시한부 로맨스물은 해마다 한편씩은 꼭 있는데, 최근 <미 비 포유>, <미드나잇 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등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안녕, 헤이즐>인데 보면서 엄청 울었던 영화다. ㅜㅠ 코에 튜브를 끼는 공통점때문에 유독 더 기억이 나는데, 이 영화는 최루성 보다는 사랑의 순수한 성질과 예쁜 순간에 더 초점을 맞춰서 달달하고 화사한 느낌이 더 강하다. 소재 특성상 촉촉해지는 순간을 통과하면, 전반적으로 담백하게 기억될 영화. 불치병의 물리적 거리 6피트에서 1피트만 가져가겠다는 의미의 제목이 귀엽고 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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