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바쁜 것 자체가 비전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바쁜게 '누구한테' 좋은 걸까 싶다.
[어스] CGV 인천
우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우리와 똑같은 모습을 한 우리 자신(us)이라는 설정은 재치있지만 아주 특별한 건 아니다. 그러나 그걸 미국(U.S.)로 해석하면 영화는 완전히 새로워진다. 작년에 아카데미가 주목했던 조던 필 감독은 사실 연출쪽의 커리어 검증이 좀 더 필요했던 감독이었다. 코미디언이 각본을 하나 썼는데, 어쩌다 연출까지 맡게 돼서 대박이 난 영화가 그의 필모의 전부. 그게 바로 칭찬해 마땅한 <겟아웃>인데, 그렇기 때문에 차기작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컸던 상황이고, 드디어 베일을 벗은 <어스>는 공포와 스릴러 요소면에서는 평범함을, 정치적 메세지를 대입한 블랙코미디물로는 비범한 작품이었다.
[덤보] 메가박스 코엑스
작년에 실사영화쪽으로 주춤했던 디즈니가 올해는 칼을 간 모양새다. 팀버튼 감독의 <덤보>를 시작으로 5월에는 가이 리치 감독의 <알라딘>, 7월엔 대망의 존 파브로 감독의 <라이온킹>까지. <미녀와 야수>같은 미친 포텐이 터질지도 모를 전운 속에 덤보가 가장 먼저 출격한 셈인데, 원작 동화 중에선 딱 디즈니스러운 선택이라고 보지만 캐릭터 인지도가 낮은 편이라 대단한 성적보단 워밍업 정도의 소임을 담당하지 않을까 싶다. 어린시절 서커스를 구경하며 설레여했던 동심을 오랫만에 마주하게 하는 영화.
[양지의 그녀] CGV 인천
이 감독의 영화들이 요새 부쩍 자주 개봉한다. 재작년 <나는 내일, 어제의 너를 만난다>를 시작으로 작년 <선생님! 좋아해도 될까요?>, <언덕길의 아폴론>. 올해 <양지의 그녀>까지. 심지어 이 영화는 무려 6년전 작품을 소환한 거다. 일본 특유의 멜로라고 할 법한 예의바르고 따듯한 감성이 일관성 있게 녹아 있어 나는 환영하는 입장. 또 매 작품마다 후유증이 남을만큼 여배우의 매력을 궁극으로 끌어올리는데, 이번에 우에노 주리는 예뻐도 너무 예뻤다! 한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일본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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