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살 수 없어서
하고 싶은 건 다 한 여행을 다녀왔다.
[극한직업] 롯데시네마 부평역사
잘하는 걸 제대로 해냈을 때의 저력이 빵 터진 케이스. 여행 때문에 한주 늦게 관람했는데, 그 사이에 이정도로 흥행하고 있는 것이 새삼 놀랍다. 최근 한국영화가 시대상을 반영하면서 사회적 메세지를 담는 것이 트렌드여서 대체로 무거운 경향이 있었는데, 그 와중에 코메디를 잘 만드는 감독이 코메디 하나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 묘책이었던 것 같다. 오히려 이 영화의 흥행이 사회적 욕구의 반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복잡한 것보다 단순한 웃음을 원한다는. 시종일관 낄낄거리게 만드는 마음 편한 영화요, 일단 상황으로 웃기고 나중에 캐릭터들을 일일이 챙기는 영리한 영화이기도 하다.
[가버나움] CGV 인천
인간의 존엄성은 사치요, 오직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난민의 삶을 다룬 영화. 그 시선이 어린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작년에 본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다만 플로리다가 가난조차 동화와 판타지로 승화하며 영화적 허구를 현실의 희망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다면 이 작품은 가난과 생존을 다큐처럼 리얼하게 파고들며 존엄성에 관한 역설적인 메세지를 전하는 것이 다르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만드는 연출이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출연하는 아이들 모두 실제 난민 중에 캐스팅한 비화가 연민조차 무색하게 만든다. 찬사가 마땅한 명작!
[더 와이프] CGV 인천
골든글로브는 부문이 나뉘어져 사이좋게 각각 수상했지만 아카데미에서는 글렌 클로즈(더 와이프)와 올리비아 콜맨(더 페이버릿)의 여우주연상 경합이 점쳐지는 가운데 먼저 만나게 된 이 영화. 과연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감정이 씰룩대고 있음이 느껴지는 명품 연기였다. 상대적으로 밋밋한 연출을 연기가 멱살을 잡고 끌고가는 형세랄까. 아카데미에서의 선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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