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영화관람, 화목한 가족식사, 편안한 주말휴식.
국가비상사태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스포트라이트] 메가박스 코엑스
계속되는 명작의 향연에 삶의 품격이 높아지는 기분이다. 그저 제 역할을 다하는 언론이 이토록 멋진 건 세계적으로 공감할만 한 요소일까?
선동의 도구로 전락해 버린 우리나라 언론이 주는 실망감과 피로감이 이 판타지 같은 실화에 더 큰 가치와 환상을 부여하게 만든다.
집요한 추적으로 끝내 부정을 고발하는 소재의 카타르시스와 더불어 완전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완벽한 팀이 주는 귀감도 근사한 여운으로 남는다.
[귀향] 메가박스 코엑스
그게 규모든 소재든 장르든 창작자의 성향이든 간에 기본적으로 관객이 영화에서 찾아할 목적은 재미다.
나에게 영화가 즐거운 이유는 영화가 주는 기본적인 재미와 더불어 재미를 찾는 재미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재미 말고 의미를 우선시 해야할 영화들이 있다.
치욕의 역사조차 사리사욕의 도구가 된 이 치욕의 시대에 큰 울림을 주는 영화. 메아리로 퍼져나가길.
[남과 여] CGV 용산
여기 남자가 있고 여자가 있다. 그 둘은 끌렸고, 더 끌렸고, 더 끌리게 되었다. 아마도 그들은 사랑을 했던 것 같다.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더 일리 있는 둘의 사랑에 마음 아펐다. 나는 남자와 여자가 결합되는 조합에 관대한 편이다.
정상적인 관계가 기본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저급하게 보지 않는다.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엔 인위적인 필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과거라도 제도를 준수하면 아름답고, 단순한 현재라도 제도에 어긋나면 추한걸까? 잣대를 드리워 다시 보자.
거기 유부남과 유부녀가 있었고, 이것은 불륜에 관한 영화다.
[사울의 아들] 롯데시네마 부평
이 영화는 대단히 무서운 체험을 제공한다.
카메라가 주인공의 어깨에 딱 붙어 제한된 초점으로 아우슈비츠를 곁눈질하게 만드는데, 이 지옥을 정면으로 비춘 어떤 영상보다도 생생하고 오싹하다.
'충격과 공포'란 말이 딱 어울릴만큼 강렬하고 불편했던 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또한 똑바로 지켜보고 새길만한 가치를 지닌다.
공교롭게도 함께 개봉한 <귀향>과 비극을 보여주는 방식은 달라도 그 역사 속에서 우리가 정면으로 응시해야할 것은 다르지 않다.
[순정] 롯데시네마 부평역사
순수의 시절은 청춘보다도 멀다. 나는 이런 과도한 순백에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그만큼의 미래에도 정화감을 느꼈을 거다.
영화를 보다 터져나온 눈물도 왠지 그런 정화의식 같아서 상쾌했다. 단, 영화의 내용은 순수를 위해 너무 급진적인 희생이 강요된 느낌.
풋풋하니까 괜찮아.
[제5침공] 롯데시네마 부평역사
사전지식은 클로이 모레츠 하나면 됐었다.
제1침공부터 강도를 더해가는 재난의 스케일과 긴장감은 4침공쯤 왔을 때 의아해지더니 바야흐로 5침공에 와서 역습한다.
이게 재난영화를 빙자한 영어덜트 무비였다는 사실이 이 영화의 선택을 방해하진 않았겠지만 기대감을 한껏 높여놓진 않았을 텐데, 크게 침공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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