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을 엎기 위해 조국을 이용하는 걸까, 

반일을 덮기 위해 조국을 이용하는 걸까?








[벌새]   메가박스 코엑스 
영화가 관객에게 읽히는 방식은 대개 사건과 맥락을 통해서다. 맥락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부표처럼 떠 있을 수는 없고 결국 사건을 향해 흘러가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당연한 얘기지만 영화를 본다는 것은 어떤 이야기를 본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특별하다 느낀 점은 사건이 아닌 맥락으로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94년, 14살 소녀라는 인물배경 설정만 제시하고 맥락으로 그 시절을 관통하는 거다. 느리게 머무르며 그 시절 우리가 느꼈을 보편적인 고립과 두려움을 끌어안고 더 나은 존재로 등 떠미는 따듯하고 찬란한 영화. 강추!







[유열의 음악앨범]   메가박스 코엑스 
아날로그 감성터치 로맨스물. 94년이 시대적으로 더 의미 있는 소환점으로 재해석 된 건지 <벌새>에 이어 이 영화도 그 지점으로 데려가는 점이 신기했다. 나의 과거와도 시기가 맞아 추억하고 공감할 요소가 많은 영화였는데, 한가지 낮설게 느껴지는게 있었다. 선명하게 좋아하고 투명하게 화를 내고, 투박해도 감정에 솔직하던 시대였다는 점. 이 영화를 레트로가 아닌 아날로그로 수식하는 이유는 시대가 변했던 내가 변했던 좀처럼 전력으로 달려가지 않는 나의 상실 때문이다.







[47미터 2]   메가박스 코엑스 
전편이 대작이거나 굉장한 수작은 아니었지만 확실한 공포감을 주었었기 때문에 속편에 대한 기대감도 컸는데, 그에 미치진 못했다. 인물도 늘어나고 동선도 커지고 장소도 다채로워지고 볼거리에도 신경 썼지만, 내가 이 시리즈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단 하나. 빛이 없는 해저가 주는 공포감이었다. 감에 의존해야 하고, 그게 틀리면 영원히 고립된다는 상황이 주는 쫄깃함. 속편은 관객의 몫을 눈이 퇴화된 상어에게 내주었다.







날짜

2019. 9. 6. 18:14

최근 게시글

최근 댓글